7월: 정리해고 통보를 받다

지금으로부터 5개월쯤전 7월 1일 Lay-off 통보를 받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한달. 청천병력 같은 소리였다. 남편은 이제 겨우 아일랜드 ID(IRP) 를 받은 상태였다.
너무 충격이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보는데도 그때의 내 감정은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화도 슬픔도 아니었다.
정리해고 원인은 회사 재정 상황이 너무 안좋아져서 리더 빼고 다 짤린것이었다. 우리팀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몇 개월전에 다른 개발팀이 공중분해 됐는데, 나는 놀라기만 했지 내 일이 될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안일했다.
비자를 지키기 위한 제안
나는 회사로부터 비자 스폰서를 받고 있던 상황이라 더 불안했다. 그래서 제안했다. 월급을 반만 받아도 되니까 한달만 더 연장해달라고, 회사에선 내 상황을 봐주었다. 8월 말까지 일하게 되었고, 몇몇 큰 프로젝트가 들어와서 11월까지 연장되어 일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오기 전에는 리더들과 나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 아일랜드 정책 중 Work permit 의 경우 해고되었을 때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다는걸 알았다 - 6개월 까지 더 머무를 수 있음
이직 준비와 낮아진 에너지 레벨
이력서 업데이트하고, 친구들에게 피드백 받았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충격이 컸는지, 나의 에너지 레벨이 정말 낮았던 것 같다. 갑자기 화가나거나 우울하고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당시 옆에서 항상 따듯하게 나를 위로해준 남편에게 가장 고맙다.
운이 좋게 7월 넷째 주 부터 인터뷰 몇개를 봤다. Zalando, Amazon 그리고 Stripe 정말 좋은 회사들이었는데 나는 하나도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Stripe 같은경우는 HR 인터뷰에서 탈락했다. 화상도 아니고 전화통화여서 뭐라는지 잘 알아 듣지도 못했다.
- Stripe 는 첫 전화 HR 인터뷰에서 꽤나 디테일한 질문들을 했다.
- Amazon 코딩 테스트 - 나에게는 정말 어려웠다. (자랑이다!)
8월: 이력서 뿌리기와 자책의 반복

주기적으로 여기저기 지원했다. HR 인터뷰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한건 내가 면접 준비를 제대로 안한다는것이었다. 무슨 심리였던걸까? 오히려 아일랜드 처음에 와서 준비할때가 더 열심히였었다. 그러고 잘 안되면 자책하고...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데 벗어날 수 가 없었다. 그나마 계속 할 수 있었던건 무작정 '지원하기' 버튼 누르기. 그러나 비자를 제공해주는 회사여야 했다.
- 7-8월은 여름휴가 시즌이라 지원공고가 적었다. 8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나에게 잘못했다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뭐가 두려웠던건지 인터뷰 준비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다. 못한게 맞을까 안한거 아닐까. 너무 힘들었다.
인터뷰 - 탈락 - 지원하기 - 탈락 ....
9월: 기술 인터뷰
계속 인터뷰를 보면서 탈락하는 현실 충격을 받고, 나의 친구 붙잡고 면접 연습을 했다. 그 친구는 면접 코치로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나도 몰랐던 나의 강점을 멋지게 윤곽잡아 주었다. 덕분에 잘 패스하여 기술인터뷰도 보게되었다.
- 코딩테스트: 탈락 - 연습 부족
- 라이브 코딩: 탈락 - 면접관이 구두로 설명하면 내가 구현해 내는 방식이었는데, 질문의 의도도 이해 못함 + 훈련 부족
- 대화식 기술면접: 합격 - 연습도 한 몫 했겠지만, 내가 해왔던것들에 대한 질문이라 더 답변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 아일랜드 경력직 인터뷰 패턴은 한국과 크게 다른것 같지 않다. 지원자의 경력에 대한 검증 그리고 기술관련 질문들.
10월-11월: 합격, 퇴사 그리고 뜻밖의 휴식
둘째 주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아빠 환갑기념 가족 여행중이었다. 약간 내려놓은 상태였었는데, 정말 불안했던 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11월에 퇴사하기로 하였다. 12월 10일이 출근일이었다. 전 회사에서 다시 나를 고용하고자 한다는 제안을 했다. 아일랜드에서 첫 회사이기로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고, 많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였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직을 택했다.
그런데 11월 말쯤, 새회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비자 프로세스가 지연되어서 출근일이 1월 15일로 밀렸다는 것이었다. 야호! 한달 더 쉰다!
그리고 지금

얼마전 (12월 중순) 드디어 새 회사로부터 새로운 비자를 받아 진짜로 모든게 안정되었다.
정리해고의 충격 부터 이직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나에게 하늘이 준 휴식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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